아내 / 고광규

2007년 08월 15일
아내를 들어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두 마리 짐승이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고
또 한 마리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다

먹이를 구하다
지치고 병든 암사자를 업고
병원을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Comment by yosikonara
설겆이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의 속엔
얼마나 많은 드러내지 말아야할 속내와
또 얼마나 많은 생채기가 파여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나의 시선을 느꼈던지 아내가 힐끗 뒤돌아 보았고
난 변명도 없이 다시 TV에 시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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