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을 때가 참 좋다
글 등록하기 | 내글 관리하기 | 연재글 | 보관함
사랑 / 김용택
첨부파일 https://imweb.eond.com/poem/8569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읍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읍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은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읍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읍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http://blog.naver.com/tb/philoholic/60030844360

코멘트 0
접기/펴기 | 댓글 새로고침
 
 
Total 124 articles in 1 / 7 pages
번호 제목 제목 조회 수 날짜날짜
124 [시]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은 - 제이미 딜러레 3205 2003/11/05
123 [시]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3420 2003/11/06
122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3387 2003/11/14
121 [시] 뼈아픈 후회 / 황지우 7726 2003/11/14
120 [시] 사평역에서 / 곽재구 2939 2003/11/19
119 [한시] 오늘은 너와 뜨거운 밤을 보냈다. 3980 2003/11/24
118 [시] 기다렸던 사랑이 오지 않을 땐 / 황청원 3286 2003/11/25
117 [한시] 《하여가(何如歌)》 4670 2003/11/27
116 [한시] 《단심가(丹心歌)》 4233 2003/11/27
115 [시] 하덕규 시집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4239 2003/11/27
114 [시] 원태연, 이정하, 김소월, 윤동주, 서정윤, 문향란, 지예, 류시화 3731 2003/11/27
113 [시] 애인 / 이응준 3346 2003/12/06
112 [시] 거미 / 김수영 4142 2003/12/07
111 [시] 노수부의 노래 [32] 27722 2003/12/09
110 [시] 알바트로스 / 샤를 보들레르 3783 2003/12/09
109 [시] 승무 / 조지훈 3145 2003/12/15
108 [시] 황동규 - 즐거운 편지 [4] 12964 2004/03/11
107 [시]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노희경 3026 2004/04/23
106 [시] 김용택 시인 3367 2004/04/24
105 [한시] 창 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내 가슴에 창 내고자. 6282 2004/05/22

해시태그 디렉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