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을 때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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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나님 / 김춘수
첨부파일 https://imweb.eond.com/poem/160906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女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순결(純潔)이다.
삼월(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처용(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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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온디


    ■ 주제

    새로이 발견한 하나님의 의미

    ■ 구성
      1~2행 : 늙은 비애(애처러움)
      3행 : 푸줏간의 고기 살점(희생물)
      4~6행 : 슬라브 여인의 놋쇠 항아리(묵중함)
      7~11행 : 어린애 같은 순결(순결함)
      12~14행 : 연두빛 바람(청신함)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은유법을 통하여 하나님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A는 B이다'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A는 하나님이고, B는 하나님의 비유된 이미지들이다. B는 늙은 비애, 묵중함, 순결함, 청신함으로 비유되어 있다. 비애는 청신함으로, 늙음은 젊음으로 전이(轉移)되고 있다. '사랑하는∼비애이다'에서 하나님은 부정적인 인간 세상에 지쳐 비애를 느끼는 존재로 표현되고 있으며, '푸줏간에∼살점이다'에서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과 푸줏간에 걸린 고기 살점 사이에서 유사점이 발견되며, 푸줏간에 걸린 고기처럼 인간들에게 하찮은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화자의 진정한 의식은 하나님을 놋쇠 항아리처럼 묵중함으로 인식하는 데 있다. 이러한 화자의 인식은 대낮에도 옷을 벗을 만큼 천진성을 지닌 밝은 존재로 발전한다. 그리고 연두빛 바람의 청신한 이미지는 순결성을 한층 심화시켜 언제나 순결한 존재로 맑고 신선한 존재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무척 당돌한 비유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이질적인 사물들의 결합에서 오는 지적 충격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오전 01:02
    댓글
  • 이온디
    오전 03:3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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