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PC 통합검색이 바뀐다. ‘세 얼굴을 지닌 인간의 모습’으로. 레이아웃도 큰 폭으로 개편된다. 개편안은 9월1일부터 적용된다.

네이버 쪽은 이번 검색결과 페이지 개편의 콘셉트를 ‘사용자 인터랙션 강화’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검색엔진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지난 2011년부터 ‘프로젝트 인(人)’이라는 이름으로 개편 작업을 준비해 왔다. 이윤식 네이버 검색본부장은 “프로젝트 인을 통해 네이버 차세대 검색엔진이 사람을 닮고 이해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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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 개편될 네이버 PC 통합검색 결과 화면.

‘사람을 닮은’ 검색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네이버는 검색결과 페이지의 레이아웃부터 손봤다. 3단으로 구성됐던 기존 레이아웃을 2단으로 변경하고, 오른쪽 칼럼 상단에 고정배치 됐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의 고정 요소를 하단으로 이동시켰다. 카드 스타일의 콘텐츠 박스(엔터티)가 곳곳에 배치된 점도 눈에 띈다. 이러한 레이아웃은 전세계 검색엔진의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으로 보인다. 이미 2단 레이아웃을 적용하고 있는 구글을 비롯해 MS의 빙, 야후 등도 2단 레이아웃으로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검색 결과 페이지 레이아웃 3단→2단으로

네이버 통합검색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강인호 박사는 2단 레이아웃으로 변경한 배경에 대해 “태블릿이 등장하고 데스크톱 모니터 화면도 커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왼쪽 메뉴바를 사용자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요즘 트렌드는 검색 결과를 엔터티(박스형 정보뭉치)로 보는 경향”이라며 “텍스트 검색에서 의미 기반 검색으로 넘어가면서 그 트렌드에 맞춰 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레이아웃이라는 겉모습보다는 검색 결과물의 변화 폭이 더 크다. 인터랙션의 강화, 의미 기반 검색의 확장이라는 흐름을 반영하면서 사용자의 의도를 미리 예측해 검색 결과 페이지를 재구성한 것이 이번 개편의 특징이다. 쉽게 설명하면 질문에 답을 주는 기계적 방식을 벗어나 사람과 대화하듯 결과물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강 실장은 우스갯말로 “검색 분야의 시리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네이버 통합검색은 정작 어떤 사람을 닮으려고 했을까. 대략 3가지 유형의 정체성으로 좁혀진다. 친구, 가이드, 선생님이다.

MS가 내부 테스트 중인 검색엔진 Bing의 개편 준비 화면.

MS가 내부 테스트 중인 검색엔진 Bing의 개편 준비 화면.

#1.  ‘내 의도를 읽는’ 친구

강인호 실장은 검색 기술을 바둑에 비유하며 “두 수 뒤까지 예측하며 설계했다”고 말했다. 개편 이전까지는 사용자가 다음에 무엇을 검색할지 정도만 예측했다면 개편 후에는 두 수 뒤까지 보면서 검색 결과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친구의 마음을 미리 읽어내는 소위 ‘절친’의 요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적용된 기술은 NCKP(Naver Contextual Knowledge Plus)다. 검색 이용자들의 활동을 분석해 두 클릭 뒤의 행위를 미리 예측하는 알고리즘이다. 사귄 기간이 오랠수록 친구의 행동을 미리 짐작하게 되듯, 사용자의 클릭 데이터가 많을수록 예측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세종대왕’을 검색하면 관련 역사 인물을 부가 정보로 찾는 사용자 유형인지, 관련 드라마를 찾는 유형인지 분류해 선호할 만한 것들을 미리 던져준다. 다음 그리고 그 다음에 무엇을 찾을지 미리 파악해 한 화면에 모두 뿌려주는 방식이다. 지식iN 분석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여기에 결합된다고 네이버 쪽은 설명했다.

결혼 앞둔 신혼부부가 ‘스드메’를 검색하면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관련 체크리스트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절친은 ‘이 주변에 먹을 곳 없어’, ‘요즘 여기선 뭐가 화제야’라는 질문에 답변해야 할 ‘불편한 의무’를 지고 있다. 이 궁금증을 네이버 통합검색이 해결해주겠다고 나섰다. 네이버는 ‘세렌디피티 추천'(Serendipitous Recommendation)을 도입해 친구가 주변 맛집이나 이 시각 주변 화젯거리를 찾아 보여준다. 네이버는 세렌디피티 추천을 위해 LTPS(Localized-Temporal Personaliztion System)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6개월치 로그 가운데 위치와 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적절한 정보를 추천해주는 기술이다.

#2. ‘내 선택을 돕는’ 가이드

검색을 이용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선택에 도움을 얻기 위함이기도 하다. 어떤 제품이 내게 적합한지, 여행을 가면 무엇을 체크해야 하는지 검색엔진에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색을 선택을 보조해주는 가이드로 활용하는 사례다. 현재까지는 대부분 검색 결과에 노출된 블로그나 뉴스의 리뷰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네이버 통합검색은 ‘의사결정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보다 세밀하게 선택지를 좁혀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가 ‘스드메’라고 검색창에 입력하면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과 관련해 우선 체크해야할 리스트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가전제품 구매에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제습기라고 입력하면 제습기 구매 시 체크해야 할 전력소모량, 가격대 등을 미리 제시하고 취향별로 선택해 원하는 정보를 만날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 3. ‘내 질문에 답하는’ 선생님

네이버 통합검색에 적용되는 질의응답 기능

네이버 통합검색에 적용되는 질의응답 기능

개편된 ‘질의응답’ 기능은 선생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장수풍뎅이의 먹이는 무엇인가’라고 입력하면 지식iN이나 뉴스가 먼저 뜨지 않고 비교적 명확한 답변 정보를 상단에 박스 형태로 우선 제공한다. ‘경기도 인구는 얼마인가’라고 입력해도 마찬가지다. ‘2014년 현재 1200만명입니다’라는 답변이 상단 박스로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되는 형태다.

네이버 쪽은 “네이버에 존재하는 방대한 문서와 DB로부터 정답 정보만을 추출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연어 분석을 통해 대략 ‘질의문’의 패턴만 갖추게 되면 이 같은 결과값이 뜨는 방식이다. 지식iN의 단점, 즉 출처의 불명확성이나 답변 제시자에 대한 신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책으로 고안된 서비스로 보인다.

다음도 이와 비슷한 기능인 ‘바로 이거’를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준비된 답변 DB의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지난 6월 도입 초기 50만건에 대한 답변 DB를 확보했지만 네이버 쪽은 “현재 2200만개에 대한 답변이 누적돼 정리돼 있다”고 말했다.

남은 건 이용자 평가

네이버 PC 통합검색 개편은 전체적으로 글로벌 검색엔진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검색의 양방향성을 개선한 측면이 강하다. ‘사람을 답변하듯 자연스러운 결과를 제시한다’는 기본 콘셉트에 충실해 보이기도 했다. 중의어를 처리하기 위해 엔터티 링킹를 개선한 부분은 기술적으로도 한단계 성숙됐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좌우측 칼럼의 검색 결과물이 상호연동 돼 변화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한 것 또한 사용자를 고려한 기획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이제 남은 건 이용자들의 평가다. UI부터 검색결과의 구성까지 4년 만에 이뤄지는 큰 개편인 만큼 사용자들의 호불호가 여러 갈래로 터져 나올 것이 분명해보인다. 강인호 실장은 농담처럼 “사표 낼 각오로 이용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이미지로 갈아입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제 이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