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소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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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1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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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5-22
    http://isitte.com/blog.php창 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내 가슴에 창 내고자. 고모장지, 세 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톨쩌귀, 수톨쩌귀, 배목걸쇠,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이따금 하 답답할 제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조네요.(아는 시조 서너개 뿐이라.. -_-;) 그 옛날 저 시조를 만든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자기 가슴에 장도리로 뚝딱 박아서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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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8
    ● 잣나무 배   <황진이>  저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조그만 잣나무 배몇 해나 이 물가에 한가로이 매였던고뒷사람이 누가 먼저 건넜느냐 묻는다면 문무를 모두 갖춘 만호후라 하리小栢舟(소백주)汎彼中流小柏舟 幾年閑繫碧波頭 後人若問誰先渡 文武兼全萬戶侯범피중류소백주 기년한계벽파두 후인약문수선도 문무겸전만호후* 세월이 흐른 뒤, 황진이가 자신의 첫사랑을 생각하며 지었을 법한 시이다.   ● 반달을 노래함   <황진이>  누가 곤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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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4-12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이번 인생보다 좀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시간을,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분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의 일원이 되리라. 아, 나는, 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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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2
    김환기, <사슴> 그리워라, 우리가 만날 길은 꿈길밖에는 없는데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멀고 아득한 다른 날 밤 꿈에는같이 출발해 중도에서 만나기를 바라네 夢 -黃眞伊-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직역〉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만나는 것은 단지 꿈에서 뿐이라네 내가 당신을 찾아갈 때 당신도 나를 찾으셨네 원컨대 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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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02
    사랑은 우연처럼 다가와서필연처럼 엮어지는안개와 같은 그리움입니다.멀리서 바라보면 환상적인그리움의 포말 입니다.가까이 다가서면 눈물 같은촉촉함이 스며들어 물방울로채색되어 있습니다.인연이란 이름으로 우연처럼다가와서 필연처럼 만나꿈인 듯 현실인 듯 그림자 길게드리우고 깨어날 듯 하면서도꿈속을 헤매는 것이사랑이라 하렵니다.마음속에 내재하여 있는수채화 같은 감성을환상의 물방울로 캔버스에덧칠을 합니다자기위주로 마음에 드는 색상을알록달록 색을 입히는 것이사랑이라 생각합니다.망설임 없이 그림을 그리고자기 만족감에 흐뭇함에 젖어들어꿈을 깨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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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1-14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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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29
    청산별곡-작자미상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울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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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11
    오금리에서                                    문지원   쓸쓸할 틈도 없이 마당앞에 깔린 은행잎을 밟습니다 아직도 두 세송이 달린장미문을 지나은행나무 사이를 돌아 돌아 나옵니다 찬바람에 쐬이는 허리를 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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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19
    신발 끈도 매지 않고나는 평생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도대체 누구를 만나고 돌아와 황급히 신발을 벗는 것일까길 떠나기 전에 신발이 먼저 닳아 버린 줄도 모르고길 떠나기 전에 신발이 먼저 울어 버린 줄도 모르고 나 이제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와늙은 신발을 벗고 마루에 걸터앉는다아들아, 섬 기슭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던 파도가 스러졌다고 해서바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들아,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집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고 해서비가 그친 것은 아니다 불 꺼진 안방에서간간이 미소 띠며 들려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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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07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 내 한때 곳집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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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17
    불켜진 동네거리를 지나 시나브로 밝아오는 자정의 골목을천년을 기다린 마음으로 한숨에 당신 곁으로 달려들어간 그 때ㅡ지난 시간의 토막을 담아 고즈넉히 마음을 데우며 그 추억과 그 세월을 지켜주었네.뜨거운 체온으로 감싼 눈빛과 몸집만한 선물보다 더욱 컸던 내 마음.그건 사랑이었지. 그건 사랑…그건 사랑이었지.* 주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고즈넉히 : 고요하고 아늑하게------------------------------------------------------------------------------해설 : 시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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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11
    봄이오면                                                  이해인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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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02
    조선 중기의 유학자 서경덕(徐敬德)이 지은 시이다.讀書當日志經綸(독서당일지경륜) 歲暮還甘顔氏貧(세모환감안씨빈) 富貧有爭難下手(부빈유쟁난하수) 林泉無禁可安身(임천무금가안신) 採山釣水堪充腹(채산조수감충복) 詠月吟風足暢神(영월음풍족창신) 學到不疑知快闊(학도불의지쾌활) 免敎虛作百年人(면교허작백년인) 독서하던 그 때는 천하경륜에 뜻을 두었으나 세월 흐르니 오히려 안빈낙도가 달가워라. 부귀는 다툼이 있어 손 대기 어렵지만 자연은 금하는 게 없으니 몸이 편안하여라. 산나물 캐고 물고기 잡으면 배 채우기 충분하고 달과 바람을 노래하니 마음이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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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9-13
    황지우 (黃芝雨) 1952년 전라남도 해남 출생 서울대학교 미학과 및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졸업 <시인 약력> 1952년 전남 해남 출생 광주일고. 서울대 미학과 졸. 동 대학원.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졸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이 입선, [문학과 지성]에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으로 문단 데뷔 김수영 문학상 수상, 현대문학상 수상, 소월시 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게눈 속의 연꽃] 등 다수 1980년『중앙일보』 신춘문예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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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07
    이런 시 역사(役事)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 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 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들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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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19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女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순결(純潔)이다.
    삼월(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처용(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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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14
    추억에서
    박 재 삼

    진주(晋州) 장터 생어물(生魚物)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晋州南江)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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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14

    슬픈인연

    -윤동주

    단,
    단 한번의 눈마주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슬픔은 시작 되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도
    못본체 하고
    사랑을 하면서도 지나쳤으니
    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
    더욱 공허 합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
    사랑은 멈출줄 몰랐고
    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
    눈물은 그칠줄 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
    눈물을 흘릴줄 압니다
    이들은
    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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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11
    잘가노라 닫지말며
    못가노라 쉬지말라.
    부디 긎지말고
    촌음을 아껴쓰라.
    가다가 중지곧 하면
    아니감만 못하리라.

                              김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