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소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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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9-18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아아 너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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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04
    백여폭 병풍으로 산들이 둘러리서고 꽹과리 장구의 신명난 풍물장단에 웃음꽃 피우며 손들을 잡았다 한가위 만월을 감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일상의 등짐을 털고서 놀았던 춤사위 신명난 어깨춤으로 모두들 더덩실 춤을 춘다 고향이 타향이 된 이들이 고향이 객지가 된 이들이 한 옛날 맴돌던 언저리서 술잔에 푸념을 타 마시며 잔을 돌린다 어색한 서울 말투가 낯설게  톡톡튄다'치워라 귀간지럽다' 잊을만 하면 불나비되어 고향지기를 찿아와 몸을 태운다 재가되는 몸들이 벌겋게 변하다가 달빛 흠뻑먹어 하얗게 익어간다 고향을 떠난 이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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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09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 날 때만 마시니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마누라는 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다만 이것뿐인데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인생도 그런것이 아니다.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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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23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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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29
    산속 밤은 깊어가는데 찬 이슬이 옷깃에 스민다자던 새는 남은 꿈에 놀라고흐르는 반딧불은 낮은 담 넘는다.안개 걷히자 온 골짜기 고요하고달은 밝은데 다섯 봉우리 서늘하다.진정 은거할 곳 그 어드멘가소나무 삼나무 십 리에 향기롭다.http://kr.blog.yahoo.com/jungkujang/9884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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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29
    산 버들가지 골라 꺾어 님에게 드리오니주무시는 창가에 심어두고 보옵소서밤비 내릴 때 새 잎이라도 나거든 날 본 듯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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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29
    실버들을천만사 늘어놓고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이 몸이 아무리 아쉽다 기로돌아서는 님이야어이 잡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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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29
    안부를 물으러 그대에게 갔네 그대의 강은 잘 있는지 물 속 버드나무는 청둥오리는 발 묶인 나룻배는 잘 있는지 옥천 금산 지나 그대와 함께했던 태고사 지나 언젠가 갔던 연산까지 오래 된 시골길과 처음이지만 낯익은 마을 지나 논산 벌판을 달리고 몇 개의 포구를 거처 그대의 강으로 갔네  나 다 내어주고서 그대 안의 찰방찰방 물이고 싶었네 무겁게 지고 갔던 가슴의 겨울산과 건드리면 문드러질 것 같은 속내 내려놓고 얼마나 안녕한지 어떻게 안녕했는지 보고 싶었던 그대, 그대에게로 그대에게로 깊숙이 자맥질 하였네  강심을 걷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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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2-04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군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서 포로수용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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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12
    내 마음을 아실 이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아! 그립다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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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19
    꽃잎에 내리는 빗물처럼 내 마음에 다가온 마음하나 스치는 인연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 혼자 마시는 찻잔에 그리움을 타서 마시고오늘은 유난히도 차 한잔이 그리워 음악이 흐르는 창가에 기대어 홀로 듣는 음악도 너와 함께이고 싶고 매일 마시는 차 한잔에도 너와 함께 하고픔을 흰구름에 실어본다 인연에 소중함을 느끼면서도 때로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현실앞에서 허물어지고 다 부질 없다고 말하지만 보고픔만 있을 뿐 홀로 마시는 찻잔에 그리움도 보고픔도 마셔 버리고 영원히 간직하고픈 님이기에 떨칠수가 없어라 그대와 마시고싶은 커피 한잔도 그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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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03
    햇빛이 바다를 비출 때나는 그대를 생각하노라달그림자 샘에 어릴 때나는 그대를 생각하노라먼 길 위에 먼지 자욱이 일 때나는 그대 모습 보노라깊은 밤 좁은 길을 나그네가 지날때나는 그대 모습 보노라물결이 거칠게 출렁일때 나는 그대 목소리 듣노라모두가 잠든 고요한 숲속을 거닐면나는 또한 그대 목소리 듣노라그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그대 곁에..그내는 내 곁에 있도다해는 기울어 별이 곧 반짝일 것이니아, 그대 여기에 있다면..한동안 외면하고 있던, 앞으로도 외면할.. 한 때는 내 삶의 중심이었던 싸이를 정리하다가, 발견한 사진, 그리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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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17
    단 한번의 눈 마주침으로서로를 그리워하고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슬픔은 시작되었습니다.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못 본체 했고사랑을 하면서도 지나쳤으니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더욱 공허합니다.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사랑은 멈출 줄 몰랐고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눈물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이제,서로가 한발씩 물러나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이들을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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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2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 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반벙어리처럼귀머러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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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2
    爾形焦黑如炭 (이형초흑여탄) 네 모습은 타서 숯처럼 검으니 無復舊時嬌顔 (무복구시교안) 다시는 옛날의 귀여운 얼굴 없네 嬌顔恍忽難記 (교안황홀난기) 반짝 보이던 귀여운 얼굴 기억하기 어려우니 井底看星一般 (정저간성일반) 우물 바닥에서 본 별빛 같아라 爾魂潔白如雪 (이혼결백여설) 네 혼은 눈처럼 깨끗해 飛飛去入雲間 (비비거입운간) 나르고 날아 구름 가운데로 들어가네 雲間千里萬里 (운간천리만리) 구름 사이는 천리만리 父母淚落潛潛 (부모루락잠잠) 부모는 눈물이 줄줄 흐르는구나 어린 자녀를 잃고 그 묘비에 새긴 정약용 선생의 한시를 거문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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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2
    김환기, <사슴> 그리워라, 우리가 만날 길은 꿈길밖에는 없는데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멀고 아득한 다른 날 밤 꿈에는같이 출발해 중도에서 만나기를 바라네 夢 -黃眞伊-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직역〉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만나는 것은 단지 꿈에서 뿐이라네 내가 당신을 찾아갈 때 당신도 나를 찾으셨네 원컨대 멀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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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2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지난 몇 개월은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답답했습니다.하지만 지금은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읍니다.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어찌하지 못합니다.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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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8
    봄이 어떻게 오던가 밤새 속살거리는 실비를 타고 오던가 새벽부터 짖어대는 딱새들의 울음소리로 오던가 얼음 풀려 묶인 목선 띄우는 갯가의 밀물로 오던가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열차의 기적 소리로 오던가 막 도착한 그 열차는 실어온 동백 꽃잎들을 축제처럼 驛頭에 뿌리고 떠나는데...봄이 어떻게 오던가 먼 산 눈 녹는 소리로 오던가 깊은 계곡 얼음장 깨지는 소리로 오던가 묵은 옷들을 빨래하는 강가 아낙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던가 가슴에 하이얀 손수건을 단정히 찬 신입 초등학생들의 그 경쾌한 등교길로 오던가 거리의 좌판대에 진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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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28
    ● 잣나무 배   <황진이>  저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조그만 잣나무 배몇 해나 이 물가에 한가로이 매였던고뒷사람이 누가 먼저 건넜느냐 묻는다면 문무를 모두 갖춘 만호후라 하리小栢舟(소백주)汎彼中流小柏舟 幾年閑繫碧波頭 後人若問誰先渡 文武兼全萬戶侯범피중류소백주 기년한계벽파두 후인약문수선도 문무겸전만호후* 세월이 흐른 뒤, 황진이가 자신의 첫사랑을 생각하며 지었을 법한 시이다.   ● 반달을 노래함   <황진이>  누가 곤륜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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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01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영변(寧邊)에 약산(藥山)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가시는 걸음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