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아아 너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 날 때만 마시니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마누라는 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다만 이것뿐인데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인생도 그런것이 아니다.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더보기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 더보기
산속 밤은 깊어가는데 찬 이슬이 옷깃에 스민다자던 새는 남은 꿈에 놀라고흐르는 반딧불은 낮은 담 넘는다.안개 걷히자 온 골짜기 고요하고달은 밝은데 다섯 봉우리 서늘하다.진정 은거할 곳 그 어드멘가소나무 삼나무 십 리에 향기롭다.http://kr.blog.yahoo.com/jungkujang/988420.html
안부를 물으러 그대에게 갔네 그대의 강은 잘 있는지 물 속 버드나무는 청둥오리는 발 묶인 나룻배는 잘 있는지 옥천 금산 지나 그대와 함께했던 태고사 지나 언젠가 갔던 연산까지 오래 된 시골길과 처음이지만 낯익은 마을 지나 논산 벌판을 달리고 몇 개의 포구를 거처 그대의 강으로 갔네 나 다 내어주고서 그대 안의 찰방찰방 물이고 싶었네 무겁게 지고 갔던 가슴의 겨울산과 건드리면 문드러질 것 같은 속내 내려놓고 얼마나 안녕한지 어떻게 안녕했는지 보고 싶었던 그대, 그대에게로 그대에게로 깊숙이 자맥질 하였네 강심을 걷 더보기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군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서 포로수용소 더보기
내 마음을 아실 이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아! 그립다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꽃잎에 내리는 빗물처럼 내 마음에 다가온 마음하나 스치는 인연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 혼자 마시는 찻잔에 그리움을 타서 마시고오늘은 유난히도 차 한잔이 그리워 음악이 흐르는 창가에 기대어 홀로 듣는 음악도 너와 함께이고 싶고 매일 마시는 차 한잔에도 너와 함께 하고픔을 흰구름에 실어본다 인연에 소중함을 느끼면서도 때로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현실앞에서 허물어지고 다 부질 없다고 말하지만 보고픔만 있을 뿐 홀로 마시는 찻잔에 그리움도 보고픔도 마셔 버리고 영원히 간직하고픈 님이기에 떨칠수가 없어라 그대와 마시고싶은 커피 한잔도 그리 더보기
햇빛이 바다를 비출 때나는 그대를 생각하노라달그림자 샘에 어릴 때나는 그대를 생각하노라먼 길 위에 먼지 자욱이 일 때나는 그대 모습 보노라깊은 밤 좁은 길을 나그네가 지날때나는 그대 모습 보노라물결이 거칠게 출렁일때 나는 그대 목소리 듣노라모두가 잠든 고요한 숲속을 거닐면나는 또한 그대 목소리 듣노라그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그대 곁에..그내는 내 곁에 있도다해는 기울어 별이 곧 반짝일 것이니아, 그대 여기에 있다면..한동안 외면하고 있던, 앞으로도 외면할.. 한 때는 내 삶의 중심이었던 싸이를 정리하다가, 발견한 사진, 그리고 더보기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 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반벙어리처럼귀머러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爾形焦黑如炭 (이형초흑여탄) 네 모습은 타서 숯처럼 검으니 無復舊時嬌顔 (무복구시교안) 다시는 옛날의 귀여운 얼굴 없네 嬌顔恍忽難記 (교안황홀난기) 반짝 보이던 귀여운 얼굴 기억하기 어려우니 井底看星一般 (정저간성일반) 우물 바닥에서 본 별빛 같아라 爾魂潔白如雪 (이혼결백여설) 네 혼은 눈처럼 깨끗해 飛飛去入雲間 (비비거입운간) 나르고 날아 구름 가운데로 들어가네 雲間千里萬里 (운간천리만리) 구름 사이는 천리만리 父母淚落潛潛 (부모루락잠잠) 부모는 눈물이 줄줄 흐르는구나 어린 자녀를 잃고 그 묘비에 새긴 정약용 선생의 한시를 거문고 더보기
김환기, <사슴>
그리워라, 우리가 만날 길은 꿈길밖에는 없는데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멀고 아득한 다른 날 밤 꿈에는같이 출발해 중도에서 만나기를 바라네
夢 -黃眞伊-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직역〉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만나는 것은 단지 꿈에서 뿐이라네
내가 당신을 찾아갈 때 당신도 나를 찾으셨네
원컨대 멀고 더보기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지난 몇 개월은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답답했습니다.하지만 지금은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읍니다.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어찌하지 못합니다.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더보기
봄이 어떻게 오던가 밤새 속살거리는 실비를 타고 오던가 새벽부터 짖어대는 딱새들의 울음소리로 오던가 얼음 풀려 묶인 목선 띄우는 갯가의 밀물로 오던가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열차의 기적 소리로 오던가 막 도착한 그 열차는 실어온 동백 꽃잎들을 축제처럼 驛頭에 뿌리고 떠나는데...봄이 어떻게 오던가 먼 산 눈 녹는 소리로 오던가 깊은 계곡 얼음장 깨지는 소리로 오던가 묵은 옷들을 빨래하는 강가 아낙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던가 가슴에 하이얀 손수건을 단정히 찬 신입 초등학생들의 그 경쾌한 등교길로 오던가 거리의 좌판대에 진열 더보기
● 잣나무 배 <황진이> 저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조그만 잣나무 배몇 해나 이 물가에 한가로이 매였던고뒷사람이 누가 먼저 건넜느냐 묻는다면 문무를 모두 갖춘 만호후라 하리小栢舟(소백주)汎彼中流小柏舟 幾年閑繫碧波頭 後人若問誰先渡 文武兼全萬戶侯범피중류소백주 기년한계벽파두 후인약문수선도 문무겸전만호후* 세월이 흐른 뒤, 황진이가 자신의 첫사랑을 생각하며 지었을 법한 시이다. ● 반달을 노래함 <황진이> 누가 곤륜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