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사 늘어놓고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 몸이 아무리 아쉽다 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Long
IF
Equation
평생 가정(假定)이라는
방정식(方程式)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일생
누가 알리요
보잘 것 없는 삶이 지속될지
성실과 열심이라는
해법(解法) 앞에
그렇게도 풀기 어려웠던
가난과 무지(無知)의 관계식이
의외로 쉽게 풀어질지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앞날에 대한 경험식도
지키기에
큰 인내심을 요하는
바른 정신 앞에서
풀어지곤 하지
우리 모두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라고 가정(假定)하고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방정식 속의
삶을 살고 있지
-서영상지음 (현 동해수산연구소 해양환경팀장,부경대학교 겸임교수)-
당신을 아는 것에서
당신을 사랑하기까지에는
얼마나 먼 거리가 있는 것일까.
그 간격,
내가
빠져 죽어도 좋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러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