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산속 밤은 깊어가는데
찬 이슬이 옷깃에 스민다
자던 새는 남은 꿈에 놀라고
흐르는 반딧불은 낮은 담 넘는다.
안개 걷히자 온 골짜기 고요하고
달은 밝은데 다섯 봉우리 서늘하다.
진정 은거할 곳 그 어드멘가
소나무 삼나무 십 리에 향기롭다.
밖에는 눈, 눈이 와라,
고요히 창 아래로는 달빛이 들어라.
어스름 타고서 오신 그 여자는
내 꿈의 품속으로 들어와 안겨라.
나의 베개는 눈물로 함빡히 젖었어라.
그만 그 여자는 가고 말았느냐.
다만 고요한 새벽, 별 그림자 하나가
창 틈을 엿보아라.
Long
IF
Equation
평생 가정(假定)이라는
방정식(方程式)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일생
누가 알리요
보잘 것 없는 삶이 지속될지
성실과 열심이라는
해법(解法) 앞에
그렇게도 풀기 어려웠던
가난과 무지(無知)의 관계식이
의외로 쉽게 풀어질지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앞날에 대한 경험식도
지키기에
큰 인내심을 요하는
바른 정신 앞에서
풀어지곤 하지
우리 모두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라고 가정(假定)하고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방정식 속의
삶을 살고 있지
-서영상지음 (현 동해수산연구소 해양환경팀장,부경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