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다다른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이 세상의 길이 고독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번씩 귀를 달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빈부에 젖은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고 서서 참으면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무덤으로 받는 것을.
끝까지 참다 참다
죽음은 이 세상의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지난 여름의 부용꽃인 듯
준엄한 정의인 듯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나면 우리 모두 다 덮이겠느냐.




- 故 이윤권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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