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사슴>



그리워라, 우리가 만날 길은 꿈길밖에는 없는데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멀고 아득한 다른 날 밤 꿈에는
같이 출발해 중도에서 만나기를 바라네


夢 -黃眞伊-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직역〉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만나는 것은 단지 꿈에서 뿐이라네

내가 당신을 찾아갈 때 당신도 나를 찾으셨네

원컨대 멀고 먼 길 다음 밤 꿈 속에서는

같은 때 함께 떠나 길 가운데서 만났으면


〈의역〉

그리운 님 만날 길은 꿈길 밖에 없어

내 찾아 떠난 길로 님이 다시 찾아오네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 날 밤 꿈에는

한 날 한 시 그 길에서 다시 만날지이다


1. 형식 : 7언 절구

2. 운자 : 夢, 儂, 逢

3. 주제 : 꿈속에서 밖에 만날 수 없는 님에 대한 그리움

4. 감상

(1) 작가 소개

黃眞伊(? ~ 1530)는 조선 중종 때 개성의 名妓로 본명은 眞, 眞娘이라 하였으며, 妓名은 明月이다. 개성 출신 황진사와 어머니 陳玄琴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松都紀異≫에 전하나 그의 전기에 직접적인 사료는 없고 야사에 수많은 일화가 전하고 있을 뿐이다. 황진이는 황진사의 서녀로 기녀의 몸을 빌어 태어났다는 것과 그녀의 기명이 明月인 것은 碧溪守와 수응에서 보면 확실하다.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은 지금이나 예나 같은 실정으로 야사에 전하는 황진이와 관련된 인물로 유학자 徐敬德, 재상 宋純, 황진이와 동거했다는 李彦邦, 蘇世讓, 또 승려인 知足禪師가 있다. 황진이의 사적을 기록한 이로서도 許筠과 李德馨, 柳夢寅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白湖 林悌는 황진이의 무덤에서 시조를 읊고 致祭했다하여 파직을 당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개성의 읍지인 ≪中京誌≫에서 명승지 朴淵瀑布와 徐敬德, 그리고 黃眞伊를 세칭 ‘松都三絶’이라고 했는데 이는 그녀가 자칭한 말이라 한다.

황진이는 1530년경 마흔 전후의 젊은 나이로 병사하였는데, 임종하는 자리에서 ‘내가 죽으면 시체를 관에 넣지 말고 동문 밖 모래밭에 내버려서 까마귀의 먹이가 되게 하여 방탕한 여자들의 교훈이 되게 하시오.’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런데 이름 모를 남자가 그녀의 시신을 거두어 南井峴 고개 위에 묻어 주었다고 한다. 그곳은 오늘날의 판문점 바로 북쪽인 이북 땅이다.

(2)작품 감상

꿈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소망을 이루게 해주는 곳이다. 사람들은 꿈을 통해 현실불가능한 것을 이루고자 하고 그로 인한 만족을 얻고자한다.

이 작품은 황진이가 그의 첫 남자인 부운거사 김경원을 그리며 지은 시이다. 떠나간 님을 만나고 싶지만 현실에선 그럴 수 없기에 꿈에서나마 그리운 님을 만나고자 하는 황진이에 애절한 마음이 나타나 있다.

相思相見只憑夢

儂訪歡時歡訪儂

1구에서는 서로간의 만남은 오직 꿈에서만 이룰 수 있다는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다만지’ 자를 통해 제한적인 상황을 부각시킴으로써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소망에 대한 안타까움의 시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구에서는 오직 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님을 꿈에서조차 만나지 못함으로써 안타까움의 감정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리던 님을 꿈에서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그 이유를 내가 님을 찾아나선 것처럼 님 역시 내가 그리워 나를 찾아나섰기에 서로 길이 엇갈렸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꿈에서조차 길이 엇갈리는 불운한 사랑의 모습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욱 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願使遙遙他夜夢

一時同作路中逢

3구와 4구에서는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다음 밤 꿈에서라도 만나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멀고 아득하기만한 꿈 길 속에서 서로 엇갈리지 않고 만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둘이 동시에 같이 꿈을 꾸어 같이 길을 떠나 중간에서 만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꿈에서라도 그리운 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 감상하기

○ 가곡 「꿈」 : 김억 譯詩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 그 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 꿈 길 따라 그 임을 만나러 가니 / 길 떠났네 그 임은 나를 찾으러 / 밤마다 어긋나는 꿈일 양이면 /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 「상사몽」 : 정민아 밴드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 길 밖에 없는데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멀고 아득한 다른 날 밤 꿈에는

같이 출발해 중도에서 만나기를 바라네

5. 꿈결의 만남을 소재로 한 시

夢魂

- 李玉峯-

近來安否問如何 (근래안부문여하) : 근래 안부는 어떠하신지

月到紗窓妾恨多 (월도사창첩한다) : 달빛이 창에 들면 저의 그리움은 깊어져 갑니다.

若使夢魂行有跡 (약사몽혼행유적) : 만약 꿈속의 혼령이 자취가 있다면

門前石路半成沙 (문전석로반성사) : 대문 앞 돌길을 모래밭이 되었을 것입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리운 님을 만나고파 매일 밤 님을 찾아 꿈속의 혼령이 길을 떠난다. 매일 밤 길을 떠났으니 만약 혼령에게 발자취가 있다면 대문 앞의 돌들은 다 닳아 모래가 되었을 것이다. 님을 향한 작가의 그리움과 애절함이 잘 드러난 시이다.

6. 가요가 된 시

실버들

김소월詩 / 인순이 (희자매) 노래.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 내 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한갓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 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에

외로운 밤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한갓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 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에

외로운 밤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원제 : 저녁에)

김광섭 시 / 유심초 노래

저렇게 많은 별들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중에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 송이되어 다시 만나자)


http://eond.com/tube/327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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