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리에서
문지원
쓸쓸할 틈도 없이 마당앞에
깔린 은행잎을 밟습니다
아직도 두 세송이 달린
장미문을 지나
은행나무 사이를 돌아 돌아 나옵니다
찬바람에 쐬이는 허리를
덮으며 겨울에게 웃습니다
우리 따뜻하게 지내 보자
사람들은 착해지는 물에
세수를 했나 봅니다
눈이 둥그렇고 하얍니다
모자도 쓰고 점퍼도 입었지만
가슴은 춥습니다
따뜻해지는 주문을 욉니다
친구처럼
밤이 오고 겨울이 오지만
맞이하고 보내야지요
내내 해오던 일입니다
혼자서 추억하고 잊어가는
중입니다
아마 알진 못하나,
아마 이별하고 나서 이별의 아픔이 쉬이 잊혀진 즈음에서야
이별하는 일이 '내내 해오던 일'이었음을 말하고, '혼자서 추억하고 잊어가는 중'이었다고 말했음이라.
#감성짙은시퍼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