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 紀日

2006년 02월 21일
그리운 집으로 오셨습니까
잎진 팽나무 삐뚜름이 서있는 샛길을
뒷짐지고 조용히 내려오셨습니까
시월 보름
달빛 밟고 떠나시던 그 밤처럼
달빛 밟고 오셨습니까
아버지

관식이네 집앞을 꺽어들어
오늘은 대나무 발 걷어낸 사립을 지나
아래 윗채 훤히 불밝힌 마당 넓은 당신의 집으로 들어서셨습니까
청마루 처마끝에 대롱거리는 전구 한 알
그 불빛아래 담배 한 대 피시며 앉아 계십니까

즐겨 드시던 전유어 육전 부쳐내는 며느리
자애로운 눈길로 바라보십니까
무우 배추 풍성히 자란 텃밭 한바퀴 둘러 보셨습니까

홍동백서 두동미서 정갈히 괴이었을 상 앞에
몇식경 머물다 가시렵니까
간절한 마음으로 독배 올리지 못함을 나무라고 계십니까

깊은밤 달빛 받들고 있는 제게도 다녀가십시오
휘이훠이 팔 저으며 돌아가시는 길
천지에 가득찬 달빛타고 부디 다녀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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