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1. 많은 이들이 자우림의 이번 앨범에서 손에 꼽고 있는 곡이다. EV1은 Peep Show와 함께 선공개되며 발매될 앨범의 목적을 분명히 밝혀둔 곡이다. '이제쯤 모두가 알고 있을' 이야기겠지만
EV1은 GM에서 생산했던 전기자동차의 이름이다. 1996년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늘어나는 공해를 막기 위해 '배기가스 제로법'이라는 이름의 법을 만들었는데, 자동차를 팔고자 하는 사업자들은 전체 판매량의 10~20%를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는 차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법이었다. 이에 GM은 어쩔 수 없이 EV1이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만들었고 사용자들에게 장기 리스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EV1의 성능은 놀라웠다. 폰 배터리 충전되고 조금 남을 4시간이면 완전히 충전되는 EV1은 배기가스는 물론 소음도 없이 시속 130km의 속도로 1회 충전에 160km를 달릴 수 있었다. 충전소만 충분하다면 최고의 미래지향형 차량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입소문을 통해 이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널리 전해졌고 사람들은 GM에 EV1 리스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석유로 정제한 기름을 쓰는 차량과 관련한 산업들이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정유업계, 각종 수리부품 제조업, 주유소 등에게는 크나큰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관계만 정리하자면
2003년 이 전기 자동차와 배기가스 제로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게 됐고 결국 이 법은 폐지됐다. 그리고GM은 생산라인을 폐지하고 관련 직원들을 해고한 후 EV1을 조용히 수거하여 사막 한 가운데에 묻어버렸다. EV1에 만족하던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했으나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GM은 EV1을 통해 동종업계의 도전을 물리치고 진일보할 기회를 얻었었으나 그 기회를 여지없이 날려버렸고 GM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GM은 볼트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전기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약 63Km라고 하니 EV1의 사례를 통해 볼 때 기술력이 없어 그 이상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GM의 미래라고 불리는 볼트가 90년대 후반에 나온 EV1보다도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에 대해 생산라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변명을 하고 있으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각설하고, 음모론이라는 앨범의 제목답게 EV1은 그 어법에 충실하다. 가사를 살펴보면 이런 점이 더 쉽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기묘한 얘기 하나가 있었어.
EV1이라 불리던 차의 얘기.
이제쯤 너도 아마 알고 있겠지만
이 세상은 이상한 얘기로 가득하지.
아직은 달릴 수가 있었는데
사막 한가운데로 버려진
빨간색 초록색 EV1,
거짓말이라고 해줘.
EV1
EV1
EV1의 이야기.
인간은 때로 신의 이름을 외치면서
증오와 몰이해로 살인을 저지르고
타인의 불행, 아직 오지 않은 고통은
내 것이 아니니까 아랑곳하지 않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아직은 달릴 수가 있었는데
사막 한 가운데로 버려진
빨간색 초록색 EV1
거짓말이라고 해 줘.
모순과 부조리와 눈물,
아무리 외면해도
세상은 처음부터 그런 곳이었어.
진짜 이유를 말해 줘요,
아무리 비참해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말해 줘.
EV1
EV1
EV1
EV1
EV1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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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의 집단은 매우 표리부동하다. 아프리카 어느 빈국에서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불쌍해 혀를 차지만 고기를 먹으며 그 TV를 보고 있다. 스피노자는 신앙인들이 저지르는 언행불일치에 대해 신학정치론의 서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랑과 자비를 외치는 기독교인들이 신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전쟁과 상대방에 대한 불관용은 이들이 사랑이 아닌 증오를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음모론은 심증일 뿐 증거가 없기 때문에 '진짜 이유를 말해달라고',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음모론이라는 것 자체가 불신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불신은 한 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뿌리 깊게 내려간다. '인간은 때로 신의 이름을 외치면서 / 증오와 몰이해로 살인을 저지르고 / 타인의 불행, 아직 오지 않은 고통은 / 내 것이 아니니까 아랑곳하지 않지 / 마치 당연한 것처럼.' 믿을 수 없는 인간사회에 대한 슬픔은 '세상은 처음부터 그런 곳이었다며' 비관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음모론이 판치는 사회가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음모론의 핵심은 불신이다. 공식적인 발표와 숨겨진 진실이 따로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캐보고 싶은, 구미가 당기는 일이지만 음모론이 만연해 간다는 것은 분명 병든 사회의 단면이다. 이 같은 비관은 두 트랙 뒤의 'Peep show'에서도 이어진다. 믿을 수 없는 언론과 텔레비전의 각기 다른 목소리. 외설쇼(peep show)보다 더 외설같은 미디어. 작은 구멍으로 들여다보길 즐기는 관음증 가득한 믿을 수 없는 대중들.
만인이 만인에 대해 투쟁하는 세상. 리바이어던이 여기 있다.
앨범 이야기
자우림 8집 - 음모론 (2011. 8. 18) / 사운드홀릭 / 네오홀릭인터넷
타이틀 'IDOL' 외 10곡
< 자우림이 전하는 수록곡 소개 >
1. HAPPY DAY (詩 김윤아 / 曲 김윤아) 우리들은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맞는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은 부디 매일이 행복하길, 이라고 노래하고 있는 이 곡은 제가 인생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방식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패배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낙관적인 자우림의 세계관은 이런 관점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관점은 자우림 전 멤버에게 공통되는 것으로 15년 간 멤버 교체 없이 음악을 해 올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러스로 정희주양과 백새은양이 참가했습니다.
2. IDOL (詩 김윤아 / 曲 김윤아) 그 정도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가상세계로 도피해 현실의 짐을 놓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10대나 20대 뿐아니라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스스로 좋아하고 몰입할 만한 일들을 찾는다면 세상은 더 괜찮은 곳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개인들의 취향이 타인들에게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제대로 인정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3.
EV1 (詩 김윤아 / 曲 김윤아) 1996년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를 생산할 것을 강제한 법이 제정됩니다. GM에서 그렇게 출시된 EV1은 상당히 훌륭한 전기 자동차였습니다. 소비자들은 그 안정적인 성능과 정숙함에 크게 만족했습니다. 심지어 EV1은 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GM에서는 잘 달리고 있던 모든 EV1들을 강제로 회수해 폐기해 버렸습니다. 이 석연찮은 사건의 용의자로 석유회사, 미 연방 정부, 자동차 회사 등이 유력하게 떠올랐지만 당분간 EV1을 살해한 진범을 잡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쨌던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을 수도 있었던 미래는 누군가 들의 공모로 그 가능성을 상실한 오늘이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EV1에게뿐만이 아닙니다. 이윤 때문에 미래, 또는 인간이 희생되는 일들은 아주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들의 곁에서도요. 그야말로 비극입니다.
4. 꿈에 (詩 김윤아 / 曲 김윤아) 자우림의 몽환적인 우울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곡입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올드한 사운드를 구현한 곡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말해버리거나 큰 소리로 울부짖는 것은 자우림 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말하지 말라는 것인지, 무엇을 버리지 말라는 것인지, 노래 속의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지 다 꺼내 놓고 구구절절 일화를 늘어 놓는 것보다 모호하게 숨겨진 이야기를 몽롱한 음률로 읊조리는 것이 자우림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입니다.
5. peep show (詩 김윤아 / 曲 김윤아) 뉴스는 언제나 제 영감의 원천입니다. 뉴스를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모든 사건들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입장을 다 알 수 있다면, 모든 사건들의 진짜 진실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과연 그 진실은 미디어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전달하는 `뉴스`들과 같을까요 다를까요. 요지경이라는 뜻도 엿보는 외설적인 쇼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peep show에는 사운드적으로도 강렬함을 더하기 위해 밴드 사운드를 배가 시킬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심어 보았습니다.
6. red rain (詩 김윤아 / 曲 김윤아, 김진만, 이선규) 비현실적인 설정 속의 주인공도 자우림의 음악을 작업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배신한 남자를 살해하고 비 오는 거리로 뛰어 나온 여자는 죄의식이나 남자의 마지막 말 보다 극도로 피로한 몸의 무게를 감당 못해 비틀거립니다.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빗물이 스며들어 여자에게 묻은 피를 닦아 냅니다. 30년대의 스윙밴드 같은 느낌을 마블코믹스를 떠올리게 하는 가사로 완성해 본 곡입니다.
7. 혼자가 아니야 (詩 김윤아 / 曲 이선규) 얼핏 들으면 귀여운 솔로 여성의 노래 같지만 찬찬히 들어 보면 무서운 집념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7집 앨범의 카니발 아무르 속의 주인공을 만들 때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이 큰 영감이 됐었습니다만 이 곡은 만들어 놓고 나니 마츠코가 떠오르는 곡입니다. 8. 답답 (詩 김윤아 / 曲 이선규) 세상에서 제일 답답한 사람은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게 소신인 척 자기 길을 고집하는 그런 사람일거라 생각했습니다. 반복되는 핸드 클랩과 가볍게 고개를 까딱까딱하게 만드는 비트가 흥겹도록 했습니다.
8 답답 (詩 이선규 / 曲 이선규)
세상에서 제일 답답한 사람은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게 소신인 척 자기 길을 고집하는 그런 사람일거라 생각했습니다. 반복되는 핸드클랩과 가법게 고개를 까딱까딱하게 만드는 비트가 흥겹도록 했습니다.
9. from:me@iwaswrong.com to:you @aremy.net (詩 김윤아 / 曲 김진만, 이선규) 이 곡의 주인공은 아름답고 많은 남성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어떤 여성입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성격에는 잔인한 데가 있어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곤 합니다. `전에 당신을 버렸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았다`라고 얘기하면서 `그래도 나한테 돌아와 줘`라며 천연덕스럽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곡의 주인공이 카니발 아무르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0. 피터의 노래 (詩 김윤아 / 曲 김윤아) 자우림의 8집 앨범 수록 곡 중에 가장 먼저 썼던 곡입니다. 이 곡을 작업하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피터팬들과 웬디들을 생각했습니다. 매일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성장을 거부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볍지 않은 이런 얘기를 풀어내기 위해 오케스트라적인 요소들을 장치해 긴장감과 깊이를 더했습니다.
11. snowdrop (詩 김윤아 / 曲 김윤아) 스노우드롭은 추운 겨울에 피어나는 꽃의 이름입니다.그래서 그 꽃말은 `희망`. `희망`이 전달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구성을 늘리지 않았고 가장 기본적인 편성으로 완성한 곡입니다.
관련자료 출처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는가? -
http://autolac.kr/130075710369
네이버 뮤직 : 자우림 8집 음모론 -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205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