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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업을 하기 시작한게 벌써 5년이다. '벤쳐'라는 단어가 '스타트업'으로 바뀌고 '3억원 투자'로 떠들썩하던 세상이 '30억 투자'에도 무덤덤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2. 내게 가끔 기업 복지에 대해서 의견을 구하시는 분들이 있다. 뭐 내가 어쩐다고 그걸 배우려는 분들은 당연히 아니고, 뭐 그냥 매사에 스트레이트하게 솔직하게 대답을 하니 이 인간은 (=또라이는) 여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 뭐 그런 느낌으로 질문하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내가 항상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직장인의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을 하니 뭐 '복지 좋은 회사 짱이죠'란 대답을 기대하곤 하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난 기업 복지에 대해선 상당히 거부감이 있다. 증세와 사회 복지의 재원 확충, 사회 안전망에 대하여 확고한 지지를 표방하지만, 기업 복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먼저, 인건비 = 복지비 + 연봉
일 수 밖에 없어서다. 기업이 복지건 연봉이건 말이 나올려면 일단 흑자를 봐야한다. 흑자를 못만드는 기업은 존재할 수가 없다. 적자 기업은 제하고, 인건비가 확보가 되면 이걸 복지비로 돌리는게 나은가, 연봉으로 돌리는게 나은가. 당연히 연봉이다. 복지는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야만 의미가 있다.
둘째, 진정한 복지는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복지가 좋은 회사라면서 어디 공짜점심하고 5시 퇴근해요 이러는 기사보면 솔직히 눈살이 찌푸려진다. 가끔 분노하기도 한다. 그것들은 직장인들을 위한 포르노나 진배 없다. 난 이런 기사들에게 분노한다.
난 직장인들이 공짜점심을 먹기위해서, 5시 퇴근을 하기 위하여 출근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자식새끼 대학 등록금을 벌기위하여 지옥철을 감내하고, 어떤 이는 사회에 기여를 하는 기쁨을 위하여 문을 나선다. 어떤 이는 사회에서 유리되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하여 고생길에 나선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직장인도 공짜점심을 먹기 위하여 출근하는 사람은 없다.
직장은, 이들에게 대답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왜 직장인은 회사에 다닌는가!" 에 대하여.
3.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기업 복지는 이렇다.
상사가 멀쩡한 것. 상사가 멀쩡하기만 해도 그 회사는 최고의 복지 회사다.
상사가 멀쩡하면 직원은 충분히 급여를 챙겨갈 수 있고, 사회의 진보에 일조할 수 있으며, 자식이 대학교 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하여 구글은 다면평가를 실시하고, MS는 직원을 칼같이 짤라냈다..
그럼 상사가 멀쩡한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먼저 연차찼다고 승진하는 회사는 당연히 복지회사가 아니다. 또한, 아무나 입사하는 회사는 역시 복지회사가 아니게 된다. 즉, 결국
복지 기업은 결국 실력 중심의 회사가 될 수 밖에 없다.
공짜점심이나 빠른 퇴근이나 무제한 휴가나… 다 상사가 멀쩡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4. 기업이 직원에게 해주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직원을 계속하여 발전시킬 것
2) 생존 여건을 확보해줄 것
난 기업이 직원에게 저 두가지만 집중적으로 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공짜점심이든 4시 퇴근이든 낮잠시간의 확보든 그런 것은 중요한 복지가 아니다. 기업은 어떻게든 직원의 실력을 좋게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회사가 망해도 직원이 살 수 있다. 그러면서 급여든 뭐든 직원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어야한다. 솔직히, 나같으면 점심부페를 부르느니 그 돈을 모아서 직원들에게 그 가족까지 단체 암보험을 들어주는게, 또 비싼 건강검진을 시켜주는 게 (비록 마케팅은 하나도 안될망정) 더 나은 복지라고 생각한다.
성장도 마찬가지다. 다들 연봉 협상을 직장인과 기업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연봉의 첫자리는 직원이 결정하고, 둘째자리는 회사가 결정하고, 셋째자리는 그 해의 경제상황이 결정한다.
회사가 연봉을 깎아봤자 기껏해야 둘째자리다. 회사는 연봉의 첫째자리를 건드릴 권한이 없다. 연봉의 첫째자리는 오롯이 직원 스스로가 결정하게 되는데, 이 숫자를 높일 수 있도록 회사는 직원의 발전을 지속하여 지원해야한다.
5. 사업을 시작할 때, 꼭 해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기숙사'다. 현실적으로 기업이 직원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큰 복지가 '기숙사'와 '어린이 집'이다. 사실, 회사가 직원의 연봉을 많이 준답시고 해봤자 어차피 별 차이 없다.
내가 기숙사의 중요성을 외치는 것은 별다른 이유가 아니다. 첫째로 20대 청년들이 살기엔 서울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기업이 아니면 이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둘째로 통근거리를 1시간에서 10분 이내로 단축시킨다면, 직원에겐 하루 2시간의 시간이 확보된다. 직원은 2시간동안 일을 더 하던가, 아니면 토익공부를 하던가, 중국어 공부를 하던가, 코딩 공부를 하던가, 아니면 잠이라도 더 잘 수 있다. 2시간을 1년 반복하면 그 시간이 700시간이다. 수업을 700시간 더 듣는다고 하면, 거의 한 학기 치가 된다. 누구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인데, 누구는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 한 학기를 다니는 셈이 된다. 이 시간이 반복되면 직원은 연봉의 첫째자리가 오른다.
기업은 직원이 할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복지를 지원해야한다. 그것이 미혼자는 기숙사일 것이고, 기혼자는 어린이집일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내 오랜 꿈이었다.
결국 사업 한지 5년만에, 기숙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유자금이 되는대로 기숙사를 확보해 나갈 것이다.
자, 다음은 어린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