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소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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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07
    여우난골족 / 백석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봉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동이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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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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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2-03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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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30
    가로수 마네킹 / 강서연란제리도 망사스타킹도 액세서리도 색 바랜 바바리코트도 한데 뒤엉켜있던 가판대 가을 정기세일을 마치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마네킹들이 서 있다가로등 불빛이 훤하게 조명을 비추는 쇼윈도 은행나무의 옹이가 생식기처럼 열려 있다저 깊은 생산의 늪에 슬그머니 발을 넣어보는 저녁어둠이 황급히 제 몸을 재단해 커튼을 친다첫눈이 내린다칼바람을 따라가며 천을 박는 발자국들재봉틀 소리에 맞춰 나무의 몸속에서도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길도 불빛도 사람들도 왕십리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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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31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 / 용혜원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 이 한 목숨 다하는 날까지 사랑하여도 좋은 나의 사람아 봄,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 그 모든 날들이 다 지나도록 사랑하여도 좋을 나의 사람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 내 눈에 항상 있고 내 가슴에 있어 내 심장과 함께 뛰어 늘 그리움으로 가득하게 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 날마다 보고 싶고 날마다 부르고 싶고 늘 함께 있어도 더 함께 있고 싶어 사랑의 날들이 평생이라 하여도 더 사랑하고 싶고 또 다시 사랑하고 싶은 내가 사랑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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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25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백석 *남신의주 유동에 사는 박시봉씨네 방이란 뜻으로 편지의 주소로 생각하면 됩니다. 옛날에는 하숙할 때 누구씨네 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주소지에서 누군가에게 쓴 편지글 형식의 시입니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한 상태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누워 기댈 터럭, 터전의 상실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자상하고 다정했던 나의 가족들과도 멀리 떨어져 지내며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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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25
      시를 보면 읽고 가는 습성 때문에 클릭했더니 좋은 시인 한 분을 만나게 됐네요. 23일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3일, 얼음을 얼리다 편에서 묵호항에서 문어 낚시를 하시는 한 선장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분이 읊으시는 시가 예쑬이네요.   1분 30초부터 시를 줄줄이 꽤시네요. 마치 한 편의 시인줄.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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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8-05
    찔레꽃   -송찬호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 숲에 가보라 하였다.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데,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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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14

    슬픈인연

    -윤동주

    단,
    단 한번의 눈마주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슬픔은 시작 되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도
    못본체 하고
    사랑을 하면서도 지나쳤으니
    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
    더욱 공허 합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
    사랑은 멈출줄 몰랐고
    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
    눈물은 그칠줄 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
    눈물을 흘릴줄 압니다
    이들은
    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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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17
    불켜진 동네거리를 지나 시나브로 밝아오는 자정의 골목을천년을 기다린 마음으로 한숨에 당신 곁으로 달려들어간 그 때ㅡ지난 시간의 토막을 담아 고즈넉히 마음을 데우며 그 추억과 그 세월을 지켜주었네.뜨거운 체온으로 감싼 눈빛과 몸집만한 선물보다 더욱 컸던 내 마음.그건 사랑이었지. 그건 사랑…그건 사랑이었지.* 주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고즈넉히 : 고요하고 아늑하게------------------------------------------------------------------------------해설 : 시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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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15
    외로움이 그리움이삶의 곤궁함이 폭포처럼 쏟아지던작은 옥탑방에서도그대를 생각하면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뜨고내 마음은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늦은 계절에 나온 잠자리처럼청춘은 하루하루 찬란하게 허물어지고빈 자루로 거리를 떠돌던내 영혼 하나 세워둘 곳 없던 도시에가난한 시인의 옆자리에서기어이 짙푸른 느티나무가 되었던 당신 걸음마다 질척이던 가난과 슬픔을 뒤적여밤톨같은 희망을 일궈주었던 당신슬픔과 궁핍과 열정과 꿈을눈물로 버무려 당신은 오지 않은내일의 행복을 그렸지요 그림은 누추하지 않았습니다.다만 눈이 시렸을 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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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11
    봄이오면                                                  이해인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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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11
    오금리에서                                    문지원   쓸쓸할 틈도 없이 마당앞에 깔린 은행잎을 밟습니다 아직도 두 세송이 달린장미문을 지나은행나무 사이를 돌아 돌아 나옵니다 찬바람에 쐬이는 허리를 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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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26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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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14
    추억에서
    박 재 삼

    진주(晋州) 장터 생어물(生魚物)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晋州南江)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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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20
    이발사는 희고 넓은 천 위에내 머리를 꽃병처럼 올려놓는다.스프레이로 촉촉하게 물을 뿌린다.이 무성한 가지를 어떻게 전지하는 게 좋을까빗과 가위를 들고 잠시 궁리하는 눈치다.이발소는 시계 초침 소리보다 조용하다.시계만 가고 시간은 멈춘 곳에서재깍재깍 초침 같은 가위가 귓가에 맑은 소리를 낸다.그 맑은 소리를 따라간다. 가위 소리에서찰랑찰랑 물소리가 나도록 귀 기울여 듣는다.싹둑, 머리카락이 가윗날에 잘릴 때온몸으로 퍼지는 차가운 진동.후드득, 흰 천 위에 떨어지는 머리카락 덩어리들.싹둑싹둑 재깍재깍 후드득후드득......가위 소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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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19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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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19
    그녀가 손등으로 눈을 꾹 눌러 닦아 울려고 할 때
    바람의 살들이 청보리밭을 술렁이게 할 때
    소심한 공증인처럼 굴던 까만 염소가 멀리서 이끌여 돌아올 때
    절름발이 학수형님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갈 때
    먼저 온 빗방울들이 개울물 위에 둥근 우산을 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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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1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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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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