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을 때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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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쓴 사랑 시 / 문병란
첨부파일 https://imweb.eond.com/poem/8549
하염없는
긴 기다림
나는 한 자루 작은 촛불을 켠다.

방안 가득 안겨오는 외로움
그 얼굴이 경경히 흔들린다

비탈진 오솔길로
낙엽이 쫓겨가는 그믐밤
막막한 어둠 속에
홀로 켜 있는 촛불하나
타오르는 눈물 같은 얼굴 하나

어둠을 깨물고
고독을 태우고
외로움을 마작 벗으면
환한 알몸으로 타오르는 그리움 하나


바람아 불지 말아,
오동나무 가지 끝
하나 남은 잎새,
숨죽여 타는 내 사랑을 위하여
부엉아, 오늘 밤은 울지 말아라.

태우고 다 태우고
한 방울 눈물
남지 않을지라도
촛불 한 자루 지키는 밤
밖에서는 계절이
마지막 파산 선고를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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